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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생명 <세계 끝의 버섯> 2,3주차 후기(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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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강시원지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6-09-09 11:53

송이와 새송이, 자연과 사람


2026. 09. 07(월) / 독서모임 생명 / <세계 끝의 버섯> 2,3주차 후기 / 박현옥



   가을 산으로 송이를 찾아 나서는 사람은 버섯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그는  시간을 수확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이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불확정성.


   송이의 오래된 균사체는 땅속에서 소나무 뿌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공생을 할 뿌리를 알아채고  마주치며  비와 온도, 토양과 계절 등 여러 조건이 맞으면 어느 순간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버섯의 싹이 올라온 뒤 자실체가 자라는 데는 열흘의 시간도 안걸린다.


   반면 우리가 흔히 먹는 새송이는 사람이 만든 환경에서 자란다. 배지를 만들고, 온도와 습도, 빛과 공기의 흐름을 조절한다. 언제 자랄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자랄지, 어느 정도의 생산량을 얻을지 예측하고 관리한다.


   송이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새송이는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새송이 역시 사람 혼자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배지를 만들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자라는 것은 버섯이다. 균사는 스스로 뻗어나가 영양분을 흡수하고, 조건이 맞으면 자실체를 만들어낸다.

   송이 역시 균사체 혼자 이룩하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가 있고, 토양이 있고, 비가 오고, 햇빛이 비치고, 계절이 흐른다.  그리고 매년 가을  송이의 향과 맛을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송이의 생이 완결된다.


    하나의 ‘송이’ 안에는 많은 목소리가 배치되어 있다.

소나무의 목소리,

균사의 목소리,

비와 흙의 목소리,

송이를 찾아 산을 헤매는 사람의 목소리,

그 '청아'하거나 '놀라운' 향과 마주치고 싶어하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가 전체를 지휘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때 polyphony, 다성성이라는 말을 꺼내든다.

하나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누르지 않고, 여러 목소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  고전음악의 fugue나 madrigal 같은 것.


   자연은 어쩌면 그런 다성의 음악인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각자의 선율을 가지고 들어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  

    

    사람과 자연의 관계도 이와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자꾸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만   깊은 숲속 비인간 존재들은 인간의 지휘를 기다리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어간다.  인간은  그 음악의 지휘자가 아니라 연주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내가 애써 지휘하지 않아도 세상은 계속해서 다운율의 합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함께 즐겨야한다.


    다시는 임금을 받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채집인의 숲속의 자유,  채집인과 구매인 간에 약속된 오픈티켓의 자유, 

돈을 지불하고 귀한 송이를

향유하며 멋과 맛을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의 자유.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어떤 곰팡이의 자유까지. 

그 다양한 자유들이 모여  비로소  사람세상 안으로  송이가  들어온다.  


    어느 가을 숲에서 송이라는 음악이 피어났고  누군가는 그것을 따왔다.  그가 따온 것은 버섯 하나가 아니다.  오래된 자연과 사람의 욕망이 잠시 만나 만들어낸 하나의 음악이다.  

   그 합창 속에서 진정한 자유의 선택이란,  내 목소리의 자리 옆에 다른 목소리들이 들어설 자리를 비워두는 일이 아닐까.  


    세상 안에서 우리는 모두 채집인이다. 한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채집하며  살아간다. 나는 오랜 시간 과연 무엇을 채집하며 살아온 것일까 생각해본다.

    좋은 책을 만났고,  인생의 노을의 시간에 서서 나는 이 글을  쓰며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한다.  번역을 잘 해서  내 남은 삶에 적용하고 행동하려 노력하며 살아갈  일이다.  채집하고  싶은것 보다 버려야 할것들이 아주 많을 것 같다.

 

     “곰팡이는 불확정성으로 성장하면서 풍경을 배운다.”

    (세계 끝의 버섯,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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